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

명품 무공해 딸기 영농, 차딸기(24)씨
탱탱한 감귤 영농, 차감귤(26)씨

새길리 청년농부 두 사람의 인간극장

새길리 이장 후보 차딸기(24)씨

청년농부 차딸기씨는 비몽사몽 밀짚모자를 쓴다.

전날 새길리는 잔치로 들썩였다. 김아무새씨가 돼지를 잡았댄다. 영혼을 담아 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웠다. 직접 기른 상추도 씻어서 한쌈 즐겼다가 그만 늦게 잠이 들었다. 일거리가 많은데 늦게 자면 아침이 힘들다는 차딸기씨는 일어나자마자 눈도 못 뜬채 모자를 뒤집어썼다.

비닐하우스로 가는 길에 차딸기씨가 멈춰 섰다. 수로에서 노닐던 오리떼들을 발견한 그는 잔뜩 신이 나서 한걸음에 다가갔다. "귀여워! 근데 얘네 무서워서 계속 도망가. 나 오리고기 진짜 좋아하는데." 차딸기씨는 해맑은 얼굴로 무서운 소리를 잘도 하는 사람이었다. 길가에 난 풀을 뜯으며 자신이 과거에 오리고기를 많이 먹어서 오리들이 자꾸 도망간댄다. "얘네 보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이제 못 먹겠다." 그래도 참 심성 고운 사람이다. 한 손 가득 뜯은 풀을 오리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차딸기씨. 오리들도 그의 마음을 아는지 덥석 덥석 잘도 받아먹었다. 일터가 바로 옆인데 오늘따라 늦장을 부리게 된다. 그렇게 오리들에게 푹 빠진 차딸기씨는 한동안 즐거워하다 갑자기 오리고기가 먹고 싶어져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색 몸빼 바지를 입고 목장갑을 낀 차딸기씨는 하우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따뜻한 온실 안에 빨간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귀농을 결심하고 고심 끝에 선택한 작목은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던 딸기. 초반에는 실패가 많았지만 조언을 얻어가며 노하우가 생겼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딸기들은 잼용으로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 귀중한 정보였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농업의 세계로 점점 빠져들고 있는 차딸기씨. "하나밖에 안먹었거든? 아 네개…" 요즘 차딸기씨의 걱정은 수확 중에 먹는 양이 꽤 많다는 것. 본인이 딸기를 좋아해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지만 자꾸만 바구니보다 입에 먼저 도착해서 걱정이다.

자신이 딴 딸기를 먹는 차딸기씨. 별의 커비를 닮은 입모양이 신기하다.

"이장은 저같은 사람이 해야죠.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거든요. 제가 단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차딸기씨가 남긴 전언이었다. 자신이 키우는 딸기만큼 달콤한 마을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며 차딸기씨는 수확을 계속 이어나갔다.

새길리 이장 후보 차감귤(26)씨

처음엔 귤 따는 법 하나도 손에 익지 않았다.

한 손으로 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귤 수확용 가위를 이용해 가지를 여유 있게 잘라준다. 바짝 자르면 귤에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열매가 붙어 있는 가지를 완전히 잘라준다. 완전히 잘라주어야만 가지로 인해 다른 귤들이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차감귤씨는 깔끔하게 잘려있는 감귤 바구니를 보여주었다. "저 잘하죠?" 갓 내려와 농사를 시작했을 때와 달리 이제는 익숙해져서 당연히 잘할텐데 그는 상당히 뿌듯해보였다.

"어, 이거 이쁘다 몸빼!" 차감귤씨는 처음부터 작업복이 좋았다. 동그란 챙도 좋았고 알록달록한 색감과 귀여운 무늬도 좋았다. 작업을 하고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 지나다니며 감귤씨 참 우유 배달하는 꼬마같다 너스레를 떨었다고. 동그란 모자와 동그란 얼굴이 몹시 동안으로 보이지만 옆모습은 콧대가 살아있어 자신의 얼굴은 꽤 괜찮다는 차감귤씨의 평이었다.

그러다 돌연 귤을 따다 말고 갑자기 하늘을 향해 다리를 들어보이는 차감귤씨. 오색찬란한 바지의 무늬가 그의 각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끔 일하다가 스트레칭을 하는데요. 같이 다리 찢으실래요?" 한사코 거절하자 차감귤씨가 다시 귤을 따며 말했다. "제 꿈이 원래 하이패션 모델이었거든요." 그는 일하는 도중 수시로 다리를 찢고 등을 굽히며 몸을 아라비안 숫자 '4' 모양으로 굽혀댔다. 이것이 그가 운영하는 감귤 농장의 정신이라고 한다.

자신이 딴 감귤을 먹는 차감귤씨. 귤 하나 먹는데 입이 이리 작아서야.

"새길리 이장은 저예요. 제가 어울려요. 그냥 저예요." 차감귤씨는 부지런히 귤껍질을 까며 말했다. 취재 내내 느낀 것이지만 이쪽도 딸기 농장처럼 따는 것보다 먹는 게 많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부모님과 조카들에게 보낼 감귤을 잊지 않고 박스에 넘치게 포장하는 효자 아들이었다. 모쪼록 도심의 생활을 벗어나 농촌으로 내려온 두 청년이 새길리를 언제까지나 지켜줄 수 있길 바란다.

두 청년농부의 직거래 장터